팽주님, 이번 한 주도 맛있는 차 많이 마셨나요?

지난 레터에서 예고해드린 바와 같이 저는 (피 같은 연차를 내고😀) 전남 구례로 🌱햇차를 따러 다녀왔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녹차와 발효차를 만들고 야외 차회와 화개장터 구경까지 야무지게 하고 돌아왔는데요. 여행의 끝은 야근이더라는 슬픈 뒷이야기가 있습니다만, 행복했습니다. 아, 또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이 있는데요. 바로 5월 말에 제가 또 차를 따러 간다는 사실입니다! (혹시 몰라서 밝히지만 전 농부가 아니라 회사원입니다) 다음엔 구례의 옆동네인 하동으로 갑니다. 두 지역간의 차 만드는 법이 얼마나 다를지도 레터로 다뤄볼테니 기대해주세요.

이번에 차 만들기 체험을 위해 찾은 곳은 전남 구례에 위치한 효암산방이라는 곳입니다. 소규모로 수제 녹차와 발효차를 만드는 이곳을 운영하는 효암 선생님은 해외에 한국의 차를 소개하는 저서를 집필하시는 등 차를 오래 연구하신 분이에요. (인터뷰 기사 링크) 효암산방에서 차를 타고 채 10분도 안되는 거리에는 장죽전녹차시배지가 있습니다. 시배지는 '처음으로 재배한 곳'이라는 뜻인데요. 544년 화엄사를 지을 때 인근에 녹차도 같이 심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장죽전은 화엄사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길도 잘 닦여있고 찾기 쉽습니다. 막상 가보면 익숙한 형태의 정갈한 차밭은 없고 산비탈에 나무만 무성한데요. "여기 차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눈 씻고 자세히 보면 풀숲처럼 보이는 그 모든게 차랍니다.🙊

찻잎은 맨 위에 있는 뾰족한 싹과 그 아래 작은 한 두개의 이파리까지만 땁니다. 이렇게 딴 새싹들을 300도 안팎의 뜨거운 솥에 넣고 덖는데요. 조금만 오래둬도 타기 때문에 빠르게 덖고 빼서 식히는 과정을 반복합니다.(9번!) 비비기는 가볍게 반죽 치대듯 찻잎을 굴려주는 과정이에요. 비비면 비빌수록 차의 진액이 나와 쫀득쫀득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치댄 찻잎을 마지막으로 덖은 뒤 잘 말려주면 녹차 완성. 발효차는 하루 정도 방치해 부드러워진 찻잎을 비벼서 항아리에 넣어 따뜻한 곳에서 반나절 정도 발효를 시키고, 찻잎을 다시 꺼내 온돌방 바닥에 펼쳐 말리면됩니다.

찻잎을 막 땄을 때, 덖은 후에, 비빈 후에 계속 찻잎을 입에 넣어봤는데요.(먹을 거 만들 때 맛보는 건 국룰이죠?) 정말 썼습니다.😀 그 옛날 조상님들은 이게 우려마시면 맛있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아셨는지... 차를 만드는 중반까지만 해도 차향보다는 상큼한 풀향기가 더 짙었어요. 덖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녹차 특유의 고소한 향이 풍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렇게 차를 다 만들고 나서 참여한 모든 분들이 공통적으로 읊조린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차가 비싼 이유가 다 있구나..." 이번에 만든 차는 숙성을 거쳐 추후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합니다. 직접 만든 차 맛은 어떤지도 후기 전하겠습니다. 참고로 체험 참가 비용은 25만원으로 구례로 오가는 교통 수단 및 교통비는 개별 부담입니다.

효암산방은 사실 관광 형태의 제다 체험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에요. 이런 숨겨진 곳을 방문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운영하는 '다함께 차차茶'라는 프로그램 덕분이었는데요. 해마다 이맘때쯤 진행되는 다함께 차차茶는 차 만들기 체험 뿐 아니라 다도구와 같은 차와 관련된 작품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차 만들기에 참여하신 분들 중에는 전시에 작품을 내신 공예 작가님들이 많았어요.

첫째날 밤 야외에서 펼쳐진 찻자리에서는 작가님들이 직접 만든 다구들에 효암산방의 차를 마시는 흔치 않은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다함께 차차茶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안여관의 멤버십인 보안손님으로 가입해야하는데요. 다음에 보안여관의 차실 몽재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보안손님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끝으로 야외 차회가 열렸던 아름다운 구례 찻집 무우루에 대한 정보 남깁니다. 디저트가 정말 환상적입니다.👍

오는 8일 일요일까지 하동에서 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립니다. 제다, 블렌딩, 찻사발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올해 참가가 어렵다면 내년 개최 예정인 하동세계차엑스포를 노려보세요. 2023년 5월 4일부터 6월 3일까지 약 한달간 열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