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편지 시리즈가 아닌, 찻집 탐방기를 들고 찾아왔어요. 생각해보니 차편지 시리즈만 쭉 내보내면 8월쯤은 돼야 다른 콘텐츠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기존에 했던 일반 레터와 병행해서 차편지는 비정기적으로 보내드릴테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한 팽주님이 차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셨어요. 음... 사실 저도 읽은게 별로 없어서 좀 민망하지만, 전편에 알려드린 <녹차탐미>외에 <차쟁이 진재형의 중국차 공부>와 <차의 계절>을 추가로 추천드릴게요! 각각 중국차와 홍차에 '빠삭한' 전문가가 쓰셨고 모두 입문자들을 위해 쉽게,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쓰여진 책이라 좋았어요. 조금 더 많은 책을 섭렵하고나서 본격적인 책 추천 콘텐츠도 만들어볼게요.💚

팽주님은 찻집에서 음식을 파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차를 마시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엔 전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차맛과 향이 워낙 섬세하니, 음식은 고사하고 커피라도 있으면 차향이 다 뭍히고 말거라고 여겼죠.

그런데 요즘은 정반대로 생각해요. 찻집에서 맛있는 것좀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고요. 그 이유는 첫째, 맛있기 때문(...)이에요. 달콤한 디저트에 홍차... 놓칠 수 없잖아요. 따끈한 만두 먹을 때 진하게 우롱차 우려주면 거절할 수 있겠어요?🙉 둘째, 차를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서에요. 차에 오롯이 집중하는 찻자리도 매력있지만, 항상 그렇게만 마시는 건 재미없잖아요? 밥과 함께 차를 마시면 좀 흘려도, 차맛이 살짝 연하거나 너무 진해도 용서가 된달까. 내 일상에 차가 들어와있구나, 하는 실감이 나요. 그래서 오늘 더티레터에서는 차와 음식을 함께 내는 두 곳의 가게, 북촌 갤러리더스퀘어와 종각 노우즈 풍경점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티 페어링 코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갤러리더스퀘어는 지난 2019년 문을 연 곳입니다. 전좌석 예약제(캐치테이블)로 운영되며 시즌별로 티 페어링 코스(1인 5만8000원)를 운영하는데요. 메뉴와 코스는 조금씩 조정되지만 크게 4개의 코스 요리와 차가 제공됩니다. 제가 방문한 지난 2월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먼저 레몬티와 구운 토마토가 나오고 다음으로 가고시마산 말차와 오븐 토스트가 서브됩니다. 이어서 모과와 복숭아가 블렌딩된 백차 그리고 메인인 구운 닭과 샐러드가 나오고 말차 크림을 얹은 치즈케이크와 운남 홍차로 코스가 마무리됩니다. 부드러운 닭요리도, 꾸덕한 말차 크림 치즈케이크도 증맬 맛있었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케이크는 다 못먹고 집에 싸왔답니다.

매장에는 미국 유기농 차 브랜드인 '리쉬'가 진열돼 있었는데요. 알고보니 과거 대기업에서 일하던 시절, 사장님께서 직접 들여오신 브랜드라고! 그래서 갤러리더스퀘어의 티 메뉴에도 리쉬를 많이 사용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통창으로 북촌의 야경을 보며 고요하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서 소화도 시킬겸(?) 사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는데요. 그러다 한 가지 소름끼치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바로... 갤러리더스퀘어엔 주방이 없다는 사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내가 먹은 요리는 뭐람? 하고 여쭤봤더니 오븐으로만 요리를 하신다고 합니다. (역시 실력자는 도구탓을 하지 않는다...) 갤러리더스퀘어는 지난해 용산에도 2호점을 냈답니다. 북촌점 인스타를 못찾아서, 용산점 인스타 링크 달아둘게요. 아, 갤러리더스퀘어에 대한 TMI 하나 더. 갤러리더스퀘어라는 독특한 이름은 스웨덴 영화 <더 스퀘어>에서 따온 거래요. 블랙코미디 장르로 상당히 재밌다니 한 번 감상해보려 합니다.

요새 종로 일대를 걷다 노우즈라는 카페 만나신 적 있나요? 노우즈는 대중음악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카페 프로젝트로 오우야에스프레소바, 커넥츠 커피, 맥파이앤타이거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매장마다 다른 컨셉과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노우즈 풍경점은 보신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예쁜 브런치 카페입니다. 브런치 레스토랑 독립밀방의 메뉴에 커피 또는 티 페어링을 필수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립밀방 시그니처 브런치는 2인 기준으로 부라타치즈 샐러드와 훈제 햄 라따뚜이와 수란, 파스타가 나오고 가격은 5만5000원입니다. 커피 페어링은 9800원, 티 페어링은 9200원의 추가 비용이 붙습니다. 티 페어링을 선택하니 운남 백차와 홍차를 순차적으로 내주셨습니다. 위스키 글래스 정도 사이즈의 컵에 제공돼 식사에 물처럼 곁들여 마실 수 있었는데요. 풍경도, 식사도 좋았지만 차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제공된 홍차가 무슨 홍차인지 여쭤보니 직원분이 모르시더라고요.😭 차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긴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두 곳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식과 차를 함께 내는 곳이기에 차에 집중한 공간은 아니라는 점 참고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에 더티레터에서 소개해드렸던 삼월황의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차에 조금 더 집중한 티 페어링 코스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각자의 매력이 다른 곳들이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시면 될듯 합니다.

자, 음식과 함께 즐기는 차에 관한 이야기, 어떠셨나요? 전 차도 마시고 싶고 배도 고프네요...😀 다음 더티레터는 전에 공지한대로 5월 5일 어른이날(...)을 피해 5월 4일 목요일에 발송됩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