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각종 오픈채팅방이 많잖아요. 차와 관련한 오픈채팅방도 꽤 여럿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한 곳에 가입해봤는데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다들 알짜 같은 숨은 정보를 아낌없이 퍼주시고, 마음 맞고 시간 맞으면 모여서 한밤 중까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처음 만나도 가족같은 따수움까지!

그런데 이 좋은 오픈채팅방에서 며칠 전 결국 탈퇴하고 말았어요. 이토록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 심지어 좋은 차도 저의 파워 내향력을 이길 수는 없더라고요.😂 미안하고 또 아쉽지만 제가 이런 인간인 걸 어쩌겠습니까. 사람은 결국 생긴대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나답게 살고 나 답게 차 마시기, 저 역시 계속해서 배워가는 중이랍니다.

부산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부산 지하철 1호선 초량역 역세권에는 2020년 준공한 최고 40층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바로 범양레우스 센트럴베이인데요. 바다와 멀지 않아서 중·고층에선 확실히 오션뷰도 나올 것 같더라고요? 집값이 장난 아닐 것 같... 다는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길에 수상한 오솔길이 하나 있습니다. 놀이터 가는 길인가 하고 들어가봤는데 웬 일본식 주택이 나타나더라고요? 물어보니 지어진 지 무려 100년이나 됐대요. 근데 여기서 전시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다는데요? 지금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공간, 오!초량을 소개합니다.

자, 이게 어떻게 된 사연인지 얘기해드릴게요. 약 100년 전, 정확히는 1925년에 오!초량이 이 자리에 들어섰어요. 일본인이 일본식으로 지어서 20년 간 살았는데 해방이 되면서 한국인의 손에 넘어갔고 80년 동안 개보수, 증축을 거쳐 지금까지 유지된 거에요. 보존 상태가 우수해 지난 2007년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 349호로 지정됐어요.
그런데 주변의 노후 주택가가 재개발되면서 오!초량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하지만 개발대신 보존을 밀어붙여 지금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 오!초량이 남아있게 된 것. 주변이 탁 트여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고층 아파트와 오래된 목조 건물의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참고로 오!초량은 장학재단인 일맥문화재단에서 소유·운영하는 곳이에요.

이런 일련의 사건을 거쳐 지난 5월 10일 오초량이 일반인에게 공개됐습니다. 갤러리이자 차를 마실 수 있는 복합문화 공간으로요.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 시간은 한 시간 반입니다. 예약할 때 마시고 싶은 차도 고르는데 녹차와 황차, 매화차가 있었어요. 시즌별로 차 종류는 조금씩 바뀌는 듯 합니다.

내부 전시를 둘러보고 직원분께 말씀드리면 차와 다구, 시집 그리고 엽서가 담긴 차 바구니를 주세요. 바구니를 들고 마루나 정원에 앉아 자유롭게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시고 있으면 직원분이 오셔서 떡과 정과 등 다식도 나눠주시더라고요. 한 타임당 관람 인원이 12명이라서 여유롭게 공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그만큼 예약은 빡셉니다. 7~8월은 이미 마감.😭

9월치 예약은 8월 말 오픈 예정이라고 하니 그 때를 노려보기로 하고, 올 여름을 오!초량에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바로 오는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4주간 열리는 오!초량 여름학교 '지구의 쓸모'에 참여하는 것. 도자기 작가 키요, 은성민 작가 그리고 차 문화 활동가 그룹 호흡, 음식 연구가 요나 등 일곱 분의 선생님을 모시고 나만의 그릇, 나만의 블린딩 차, 쓸모 없는 재료로 만드는 음식 등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12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요즘 저의 간절한 바람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한적한 주택에서 두 다리 뻗고 푹 쉬는 것이었어요. 에어비앤비로 그런 집을 빌려서 휴가를 보내볼까 찾아보니 1박에 막 20~30만원씩 하더라고요?! 그래서 단념하고 있었는데 오!초량에서 잠깐이나마 꿈꾸던 휴식을 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빽빽한 도심 속 뜬금없는 나무집과 정원처럼 우리 일상에도 뜬금없는 틈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다음주 금요일, 그러니까 7월 21일에는 더티레터 부산행 2탄, '부산 말차 여행편'을 전해드릴게요. 무더운 여름 건강 조심하고 다다음주에 만나요!

네이버 예약으로 예약 후 이용. 11시, 14시 하루 두 타임, 타임 당 12명. 이용 가격은 27,000원.

부산역에서 도보 15분 거리. 걸어가는 길에 차이나타운, 초량시장, 백제병원 등 볼거리가 많아요.

중고 다구를 팔고 싶은 분들은 커뮤니-티 공식 계정 또는 커뮤니티-장 @_27.september님 인스타로 접수하면 됩니다. 용산구, 중구, 마포구에 한해서는 픽업도 해주신대요. 판매액은 10%의 수수료를 제하고 추후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 참여 계정은 @mmoorraacc @waldenarc @bolsac_story @communi.tea_official @joy_hk.519 @sso.j_y 입니다.

공부차 청담과 함평 갤러리 티하우스에서 주 1회 정기 다회를 운영합니다. 자신의 차 취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차를 마셔볼 예정이며 다회용 차는 매주 인스타그램과 공부차 커뮤니티에 공지된다고. 신청은 인스타 게시물에 적힌 연락처로만 받아요.

여름엔 역시 유리 다구죠! 술잔용으로 만든 유리잔인데 차를 담아도 색감이 너무 예쁠것 같아 가져왔어요. 29cm 미노항 샵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이름은 'OUR SEASONS 우리의 계절 눈꽃 술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