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차를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취미가 아닌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바로 학교 선배, 스터디로 만난 사람 등 3명이 모여 스타트업을 세우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어플 개발에 돌입했죠. 그렇게 티웃의 전신인 '웜티'가 세상에 태어나게 돼요. 차에 관심을 가진 것과 거의 동시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얘긴데, 추진력 진짜 머선일...🙊

손수건 준비하세요...투잡의 현실

👆깨진 뚜껑과 찻잔을 조합한 김희애 대표님만의 미니 개완, 개치로 사용 중인 찻잔, 정체 모를(?) 차총.

물론 창업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지금 티웃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형태의 현재 티웃의 모델이 아니라 '차 도감'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백과사전 같은 느낌으로 추진했는데, 하다보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유저들은 차를 마시면서 소통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자신이 마신 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지금의 모델로 방향을 틀었죠."

콘셉트를 잡아가며 어플을 안정화시키는 동안 대표님이 투입했던 자본금은 이미 마이너스가 됐어요. 하지만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돈을 써야 돈이 들어오는데 그걸 몰랐어요. 그래서 찔끔찔끔 돈을 밀어 넣다보니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제라도 자본을 좀 더 투입해서 적극적으로 티웃을 키워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김 대표님을 비롯한 모든 직원분이 '현생'이 있는 직장인이기 때문. 하지만 하나만 하기도 어려운 직장생활과 창업을 어떻게 동시에 하고 있는 걸까요. "다행이 제가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도 모두 직업이 있다보니 오프라인 미팅은 3~6개월에 한 번 정도로 최소화하고 온라인 미팅 위주로 일하고 있어요." 티웃을 하면서 대표님은 성격도 많이 바뀌었대요. "제가 개발자가 된 이유가... 사람들이랑 부딪히고 싶지 않아서였거든요. 그런데 티웃을 운영하다보니 다원에도 찾아가야 되고 작가님들도 만나야되고... 해야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

차나무를 인삼 포트에 키우는 이유

힘들다고는 하시지만 프렌 대표님의 집은 차에 대한 애정과 탐구심으로 꽉 차 있었어요. 집에 들어가자마자 저의 눈을 잡아 끈 것이 있으니 바로 창가에 놓인 페트병에서 수경재배되고 있는 차나무. 모든 차나무는 작고 빨간 플라스틱 병뚜껑 같은 곳에 담겨 있었는데, 인삼을 수경 재배할 때 쓰는 포트라고 하더라고요. 대표님께 여쭤보니 차나무 뿌리가 보고 싶어서 수경재배를 했대요. "차나무 뿌리는 깊고 곧게 내린다고 하잖아요. 진짜 그런지 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수경재배를 해봤어요." 차에 대해 연구하는 자세로 접근하는 이과적(?) 모습이 딱 드러나는 답변이죠?

차에 대한 책도 굉장히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저의 눈에 포착된 것은 '농업기술길라잡이 <차>'라는 제목의 제본 서적... 이런 책이 왜 일반인 집에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종류별로 라벨링해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놓은 수많은 차까지 그야말로 덕후의 향기가 진하게 풍겨오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짝이 맞지 않는 다구를 아낍니다

티웃에선 한국 도예 작가들을 소개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지난 6월 티웃과 모멘토가 함께 선보인 '나만의 차도구 만들기' 클래스가 팽주님의 엄청난 관심을 모았었는데요. 프렌 대표님 본인이 평소 차 뿐 아니라 다구에도 관심이 많대요. 직접 도자기 만드는 걸 배우고 있을 정도. 실제로 대표님 댁엔 다구가 상당히... 아니 증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그 예쁘고 멋진 다구들 틈에서 대표님이 애정을 갖고 소개해준 친구들은 대부분 깨지거나 짝이 맞지 않는 것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이 작은 개완은 사실 세트가 아니에요. 깨진 뚜껑을 잔에다가 얹어서 개완처럼 사용하는 거고. 이거는 찻잔을 개치로 쓰고있는데. 사실 저는 개치를 많이 쓰는 편은 아니거든요. 가끔 필요할 때 이렇게 잔에다 얹어서 쓰면 딱 맞더라고요. 도자기를 배우러 갈 때 작업실에서 버려지고 깨진 다구들이 있으면 주섬주섬 주워와요.(웃음) 깨지면, 짝이 아니면 못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진심이 아니라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