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덕후 눈에는 보인다는 '찻잎 모양'의 대만 국토. ⓒ더티레터

우롱차 4대 산지 중의 하나인 대만으로 떠나는 차에 의한, 차를 위한, 차의 여행. 그 1편으로 오늘 가볼 지역은 바로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 근교입니다. 사실 꼭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타이베이는 많은 이들에게 여행지로 사랑받는 도시죠. 그런 대도시와 그리 멀지 않은,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에도 차밭과 차 박물관이 있습니다. 차 머글(?)들과 여행가서 가볍게 들렀다 와도 괜찮은 타이페이 근교의 차 여행지를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보통 차 산지는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잖아요. 그런데 대만은 수도인 타이페이 아주 가까이에,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곳에도 차밭이 있습니다. 바로 목책(木柵·무자)입니다.(한국어 관광 팸플릿 링크) 지하철 타이페이 동물원역에서 내려 곤돌라를 타고 가파른 산을 오르면 목책 철관음의 고향 '목책지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벼운 경사로를 따라 걷다보면 목책 철관음을 파는 작은 찻집과 기념품숍, 식당 등이 즐비합니다. 어디든 들어가 차를 맛보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차연구발전추진센터(茶硏發推廣中心)가 있습니다. 내부에 작은 박물관이 꾸며져있는데요, 규모가 큰 곳은 아니지만 산책 삼아 다녀올만 하더라고요.

내려오는 길에 찻집 한 곳에 들렀습니다. 묘공차신(貓空茶神)이라는 곳! 1980년부터 대대로 차를 만들어 온 곳이라고해요. 저는 농향형 차를 한 통 사와서 마시고 있는데요. 설탕을 뿌렸는지(!) 달달한 맛이 한 가득입니다. 왠지 조금 더 익히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그런 차였어요. 홈페이지에서도 차를 판매 중이며 해외 배송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타이페이 중심에서 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문산차구에 속하는 평림(坪林·핑린)에 가닿습니다. 대만 관광 코스로 인기가 많은 지우펀(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으로 유명)을 가는 길 남쪽에 위치해 있는곳.

문산, 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떠오르는 그것! 문산포종차입니다. 우롱차는 산화발효도가 20~80%까지 다양하다고 했죠?(우롱차에 관한 차편지 시리즈 보고 오기) 포종차는 우롱차 중에서도 발효도가 가장 낮은 차로 연녹색의 찻물색과 싱그러운 꽃+풀 향기가 매력적입니다.

평림은 마치 문산포종 관광특구 같은 느낌을 풍기는 도시인데요. '평림노가'라는 거리에 가면 문산포종차를 비롯해 차 기름, 과자 등을 파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그 영발차잔(榮發茶棧) 한 가게에서 포종차를 구매했습니다. 포스 있는 사장님과 그 뒤로 한가득 쌓여있는 차 대회 우승팻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전에 소개드린 문산포종이 낮은 산화발효도의 우롱차라면, 동방미인(=백호오룡)은 홍차처럼 느껴질만큼 높은 산화발효도를 가진 우롱차입니다. 대만에는 이 동방미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다원이 있는데요. 바로 지금 소개해드릴 서요량(徐耀良·쉬야오량) 다원입니다. 서요량은 동방미인 장인이신 이곳 사장님의 성함. 어느 정도로 유명하신가 하면, 중국 본토에 가셔서 동방미인 제조법을 전수하실 정도...! 또한 대만 정부에서 서요량 다원에 대한 기록 영상까지 제작 지원해줬을만큼 인정받고 있는 다원입니다.

보통의 다른 차들이 동방미인은 우롱차 중에서도 '곤충'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지는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유명하죠. 거미의 한 종류인 소록엽선이라는 곤충이 찻잎을 갉아먹으면서 동방미인만의 달콤한 향을 만들어주거든요. 소록엽선이 동방미인의 핵심이기에, 농약을 사용할 수 없어 모든 동방미인은 유기농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날은 운좋게 서요량 대사(大師)가 계셔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대사님이 손수 우려주시는 차도 얻어마실 수 있었어요. 차를 만드느라 한창 바쁠때엔 얼굴 뵙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차를 만드는 시기엔 교대로 24시간, 몇 달 동안이나 차를 만든다고 합니다. 한밤중이라고 해서 차의 산화발효를 멈출 수 있는게 아니다보니 해마다 그렇게 밤잠을 설쳐가며 차를 만드신다고. 그렇게 귀하게 만든 차는 떫은 맛 하나 없이 깔끔하고 향은 달콤했습니다.

서요량차의 패키지에는 포르모사 하카 티(Formosa Hakka Tea)라고 적혀있습니다. 사실 서요량 다원 뿐 아니라 대만 곳곳에서 포르모사나 하카(客家·커지아)라는 단어를 만날 수 있는데요.

포르모사는 포르투갈어로 '아름다운 섬'을 의미합니다. 1950년 동방 무역을 위해 항해하던 포르투갈인들이 타이완섬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포르모사라 이름지었다고.

하카는 한족의 한 갈래를 말합니다. 원래는 중국 본토에 살고 있었지만 아주 먼 옛날(오호십육국시대·304-439) 전쟁과 기근을 피해 남쪽으로 도망쳐 대만에 정착한 이들. 객가어라는 고유 언어를 사용하며 상대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에 똘똘 뭉치는 유대감이 강한편이라고 해요.

자, 이렇게 대만 차여행 1편을 전해드렸습니다. 2주 후 2편에서는 대만 타이중 지역 차여행으로 이어집니다. 스포하자면 홍차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일O담 다녀온 이야기가 포함될 예정! 그럼 다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